좋은 주말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주말도 역시 내내 먹고 놀았네요 ^^
신랑이 토일 이틀을 쉰지라(이번주엔 진짜 저랑만 놀아줬어요 ㅎㅎㅎ)
둘이서 자고 먹고 또 자고 실컷 쉬었어요.
이제 새주가 시작되었으니 힘차게 일을 해야겠죠.
오늘 소개를 해드릴 맛집은 신당동 성동기계공고 옆길에 있는 허름한 포장마차 입니다.
이명박대통령이 처음 당선 됐을때 누군가가 그런 글을 썼더군요.
이명박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에 서울은 공사중이었는데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대한민국은 공사중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구요.
이명박대통령이 대통령이라서 대한민국이 공사중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이나 신문기사를 보면 소시민인 저로서는 참 마음이 답답합니다.
우리나라, 특히나 서울에 모두다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 이상만 살아야 하는건지
10년이 넘은 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는 저로서는
이러다가 저 일들이 더이상 남의 일만은 아니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요.
제가 살고 있는 용산구 한남2동도 재개발의 바람이 살랑이고 있습니다.
저야 뭐 나가라면 나가면 그만입니다만 제가 살고 있는 이동네...
저희집 위쪽으로는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이 아주 엄청나게 많습니다.
한남동이라고 하면 부자동네라고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지 좋은동네 사네요 하시던데
저희집은 사실 한남동 부자촌 보다는 보광동 빈촌에 더 가깝거든요.
저희집이 있는 구역을 사이에 두고 사거리 저 건너에는 유엔빌리지 등이 있는 부촌이
이태원을 사이에 두고 저 건너에는 힐튼 뒤쪽의 고급 주택가들이 즐비한 부촌이 있어요.
저는 그 사이에 끼어 살고 있네요...^^;;;;
지금 용산구청마저 현재의 자리에서 저희집에서 더 가까운 이태원 입구로 이전을 하려고
공사를 하고 있으니 아마도 이 동네 조금 있으면 개발의 광풍에 휩싸이겠지요.
저로서는 이사비나 나오면 땡큐이고 그전에라도 언제 이사를 가게 될지 알수 없는 일입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곱창골목으로 유명한 왕십리쪽도 재개발 해당 구역이라 하더군요.
좀 있으면 황학동 주방 시장이 있는 쪽의 왕십리 곱창골목도 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그 기사를 보다가 문득 곱창이 먹고 싶어서 새벽1시에 신랑이랑 곱창을 먹으러 갔습니다.
신당동 사거리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흥인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
성동기계공고 옆길이라고도 하고 신당동 중앙시장 뒷길이라고도 하는 이길에는
밤이면 이렇게 많은 포장마차들이 나와 줄을 선답니다.
낮에는 주방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길이라서 차 다니기도 번잡한 길이지만
밤이면 조용한 길에 쫄깃하고 매콤한 돼지곱창을 굽는 연기로 가득해진다죠.
여름에는 그마나 천막이 없어서 좀 더 사람이 많은 모습이지만
겨울에는 이 허름한 포장마차를 찾는 손님들이 많지 않아서 가게마다 한산한 모습 입니다.
제 단골집인 나주곱창 은 이 포장마차들 중 하나 입니다.
이런 포장마차들은 화장실이 별도로 없어서 여자분들이 꽤 꺼리는 편인데
이집은 그래도 다른 포장마차에 비해 공중화장실이 가까운 편이에요.
물론 걸어서 약간 가야하고 밤에는 외진 편이니 혼자 가려면 좀 무섭긴 하지만요.
이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늘 반갑게 웃어주시는 사장님...
말로만 단골이지 사실 겨우 삼사년째 일년에 서너번이나 가나 싶은,
이 엉터리 단골을 기억하실리야 없겠지만
늘 들어가면 수줍은 미소로 반겨주십니다...^^
이집은 다른메뉴는 없습니다.
하나못해 간, 천엽 이런 것도 없어요.
돼지곱창 구이 단일메뉴 입니다.
포장마차이지만 냉장고도 없고 그저 연탄불을 넣는 그릴에 곱창을 먼저 굽다가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한번 더 구워내고 그 다음에 테이블의 철판에서 굽는게 다입니다.
술들이나 물은 바닥에 놓여진 아이스박스에 들어있구요.
바람이 슝슝 부는 겨울밤의 포장마차
세월의 무게에 낡고 칠이 벗겨지고 바닥이 고르지 않아 덜컹거리는 테이블
술이 취한 사람들이 조금만 흔들면 테이블 위에 술들이 쏱아지곤 하는 그런 자리입니다.
사장님이 곱창을 굽는 동안 먼저 마늘, 양파, 배추속이 나오고
특제 고추장이 나옵니다.
이집의 고추장은 초고추장이랑 비슷한 맛이지만 식초의 맛이 많이 나지 않아서
식초맛을 싫어하는 우리신랑이 너무나 좋아하거든요.
곱창도 초벌구이를 해서 바로 저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한번 더 구워주는거에요.
배추값이 비쌀때나 쌀때나 상관없이
늘 한 상에 4분의 1쪽씩 나오는 배추속...
노란 속살이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요.
물론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더 줍니다.
여름에는 상추도 주셨는데 아마도 요즘엔 상추 가격이 너무 비싼가봐요^^;
맥주 한잔
저는 소주를 못마시는데 신랑이 술마시고 싶어해서 간 곳이니
저도 옆에서 그냥 맥주 한잔 마셔줍니다.
맥주잔은 좀 딱딱한 플라스틱 잔 입니다.
건배~
뭐를 위해서?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구...
소주잔은 예전엔 일회용의 잔을 쓴 적도 있던데 유리잔으로 바뀌었네요.
아무래도 소주는 유리잔에 마셔야 맛있대요 ㅎㅎㅎ
돼지곱창 1인분 가격 9,000원
사진은 2인분
이집 곱창의 양은 순전히 사장님 마음이라서요 ㅎㅎㅎ
저는 어제 신랑이랑 둘이서 갔으니 2인분 주문했지만
인원수보다 적게 주문하시고 또 추가를 하시면 추가양을 엄청 많이 주십니다.
참, 이집 곱창은 전부 국내산이랍니다.
수입은 곱창만 있지 다른 부위도 없고 또 냄새가 나서 못쓴다네요.
잘 손질한 곱창을 삶아서 준비를 해두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연탄불에서 초벌로 먼저 한번 굽고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서
다시 한번 연탄불 위에서 구워줍니다.
그 다음엔 이렇게 깻잎이랑 양파랑 청양고추 썰은 걸 넣으신 후 가져다주시는데
자리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의 철판에서 마저 구워 먹으면 됩니다.
이미 삶아서 초벌구이까지 거친거이니 테이블로 가져오면 바로 드셔도 되고
좀 더 바싹 익혀서 드셔도 되구요.
요 동글동글하고 꼬불꼬불한 부위가 애기보 라고 하던데
어느 부분인가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이 부분이 저는 제일 맛있습니다.
좀 더 연하거든요 ㅎㅎㅎ
왕십리 곱창 골목의 큰 곱창집에는 곱창을 미리 다 썰어서 모듬으로 만들어두고
주문 들어오면 몇인분씩 양념에 버무려 굽기만 하기 때문에
불향도 약하고 어느 부위를 더 달라고 주문을 해도 네~ 대답만 하고는 그만이지만
이집에서는 원하는 부위를 많이 달라고 하면 길쭉길쭉한 곱창 중에
원하는 부위만을 좀 더 썰어넣어가며 만들어주니 더 좋아요.
매운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맵게 해주세요 라고 주문하
양념도 좀 더 넣어주고 청양고추도 잔뜩 넣어서 만들어줍니다.
마늘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철판에 던져넣고 익혀서 먹는 게 더 맛있습니다.
아삭아삭 배추속도 맛있고
쫄깃하고 매콤한 곱창맛도 참 좋아요.
저희가 들어설때 있던 손님들이 나가고 테이블 정리를 한 사장님이
커피 한잔을 타서 난로 옆에 앉으십니다.
20년을 넘게 이자리에서 장사를 하시며 아이들 키우고 결혼도 시키고 했다고...
술장사인셈이지만 술을 한잔도 못드시니 당신 손님들은 손님들도 다 점잖다고 자랑하십니다.
사진을 찍어서 어디다 쓰냐 물어보시길래 인터넷에다가 맛있다고 올려드릴께요 했더니
지금은 결혼해서 애 둘을 낳고도 찾아오는, 중대를 나온 오래된 단골이
예전에 인터넷에 올려서 그거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좀 있었다면서
사위랑 딸이 또 인터넷에 올린 적 있다고 자랑하시네요.
그러고는 아, 작년에는 TV에도 나왔다고 하셔요 ㅎㅎㅎ
그런 자랑을 하시면서 이렇게 웃으시는 모습이 실례인지 모르겠지만 참 귀여우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호 나주곱창
위치 는 신당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가구골목의 길을 따라 쭉 나가서
성동기계공고 옆길의 포장마차들 중 하나 입니다.
아줌마의 핸드폰 번호 017-326-8079
거의 문을 다 열긴 하지만 이따금 장사를 하러 나오는 시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리거나
혹은 일년에 두어번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영업을 쉰다고 합니다.
장사를 시작할때 비가 너무 내리면 혼자서 천막을 칠수가 없어서 그러신대요.
낮에는 이 길은 업소용 주방용품을 파는 곳이고 밤에만 장사를 합니다.
재개발 되면 어떻게 해요? 하고 사장님께 물어보니 여기 재개발 된대? 하고 놀라시네요.
아니 왕십리가 재개발이 된다잖아요 했더니 아... 그건 저 위 동네... 라고 하시네요.
한블럭 아래 동네인지라 해당이 없나봅니다.
하긴 그 개발의 바람이 언젠가는 여기라고 불지 않을까요?
해마다 나라가 부강해지네 국제화네 어쩌고 하면서
종로통의 포장마차들이 사라지고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피막골도 없어지고
오래되고 허름하고 인정 넘치던 작은 가게들이 재개발의 바람에 줄줄이 사라집니다.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국제화 시대에는 다 반듯반듯하고 다 레스토랑 같은 모양새의
그런 가게들만 남아야 하는 겁니까?
잘 사는 나라에서는 누구든지 다 브랜드명의 대형 아파트에 살거나
혹은 시외의 고급 전원주택에서만 살아야 하나요?
가난한 사람들은 자꾸만 외곽으로 밀려나서 저 어느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지지리 궁상... 그렇게만 살아야 하는걸까요?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 아닙니까?
가난해서, 버는 게 적어서 비록 내는 세금도 적지만
그래도 분명 우리나라에서 투표권도 갖고 있고 세금도 내고 주민등록증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 대한민국 국민 맞습니다.
늘 선거철이면 이 가난한 동네들, 이런 시장골목들을 찾아 악수하고 손등 토닥이고
내가 당선되면 다같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 높으신 분들...
어쩌면 돌아서서 에이 더러워 하고 손 닦는지도 모를 판입니다.
그래서 당선만 되면 까맣게 잊고 있나 봅니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요...
이러다가는 어느 미래에는 영화처럼 땅위에는 고층빌딩에 반듯반듯한 건물들과 잘사는 사람만 있고
지하 어디즈음엔가 새로운 도시가 생겨서 거기에 예전의 생활을 고수하고 사는
가난한 시민들이 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난하고 허름하고 정겨운 게 그렇게 밀어버릴 추한 대상이라면 말이죠.
그래도 저는 이런 곳이 참 좋습니다.
비위생적이기는 커녕 구수한 깊은 맛이 있고
이런 사장님 얼굴에는 내 부모님, 내 시부모님의 얼굴이 있어서 말이에요.
곱창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술한잔 하는 게 좋다면
이런 가게들 다 사라지기 전에 한번 찾아가보시면 어떨까요?
참, 그냥 제 개인적인 나라에 대한 불만에다가
상관없는 우리 나주곱창 사장님 얼굴이 나온 사진 올려서 죄송합니다...
이모, 이해해주실거죠?^^;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저희에게 맛있는 곱창맛 보여주세요.
늘 건강하세요.
마야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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